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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패러다임 전환과 대한민국의 미래[동아 시론/김동원]

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원시 인류가 생존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 후로 일은 인류 생활의 일부가 됐다. 로빈슨 크루소의 예에서 보듯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며 원시시대 때부터 일은 집단적으로 수행돼 왔다. 고용은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일을 하도록 계획하고 지시하는 사람과 명령을 받아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관계를 의미한다.

일과 고용의 형태는 인류 역사의 변천과 더불어 늘 다양한 모습을 띠며 진화해 왔지만, 21세기에 다다른 지금 전례 없는 큰 변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기술의 진보와 세계화의 진전과 이에 따른 반작용, 그리고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가 일과 고용의 큰 변혁을 가져오는 주된 원인이다. 일과 고용이 인간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온 만큼 이 변화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첫째, 미래 사회에서는 직장인의 개념이 희미해지며 비정형 고용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의 장기고용과 직장인이라는 개념은 사실 불과 100여 년 전에 생겨난 것이다. 그전에는 기술자와 장인들이 한 일에 대해 대가를 받는 경제 활동이 일반적이었고, 임금근로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20세기 들어 임금노동이 보편화되고 역사상 최초로 대부분 성인의 노동 활동이 고용을 통해 이뤄지게 돼 생애 대부분을 피고용인으로 보내는 장기고용과 직장인이라는 개념이 대두됐다. 21세기에는 수송 수단과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급속한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무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이 고용유연성을 중시하면서 정규직이 줄어들고 단기계약직, 파견직, 용역직 등 비정규직과 대리기사, 우버 기사 등 자영업자와 피고용인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특수고용직의 수가 거의 모든 국가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결국 노동자와 직장 간 밀착도가 다시 감소하고 피고용인보다는 프리랜서형 노동자가 노동시장을 주도하는 100여 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비정형 고용의 급격한 증가는 그동안 정규직 피고용인을 가정하여 구축된 우리나라의 노동법 및 사회복지체계와 맞지 않아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정규직 감소로 인해 중산층이 줄어들어 사회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술의 급격한 진보에 따른 구조조정과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현재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주로 인간이 수행하던 노동에 기계가 참여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 총고용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 1차(1700년대), 2차(1910년대), 3차(1980년대) 산업혁명 당시 국가 단위 실업률을 보면 기술의 급격한 진보가 실업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의 진보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연관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사회 전체의 총고용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없어지는 일자리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생애 기간 중 새로이 생겨나는 일자리로 옮겨갈 가능성은 역사적인 경험으로 보아 상당히 낮은 편이다. 즉, 적극적인 재교육과 평생교육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대량 실업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예상된다. 1차 산업혁명 당시 기술진보에 반대하는 기계파괴운동이 보여주듯, 기술진보로 인한 고용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마트산업의 무인계산대 도입과 건설현장의 무인 타워크레인 설치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기술진보가 어떻게 구조조정과 노사갈등을 불러오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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